당근마켓 이용 후기 - 택배 없는 세상

2020. 5. 2. 16:03씀_사용리뷰

나는 썩 살가운 성격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인물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살고 있는 곳에서 직장을 다닐 때도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마주치는 일은 늘 곤욕스러웠다. 아직 경험은 없지만 목욕탕에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나는 그래서 동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도 서너 번 있었다. 관계를 맺는 일이 이렇게 편치 않은 30대 백수가 당근마켓을 이용하게 된 요지는 바로 '직거래'때문이었다. 

눈누난나, 직거래 하러 가는 길

01. 당신 근처의 마켓 ; 택배 없는 마켓 

정말 쌩뚱맞은 말이지만 도시 브랜드 1위인 뉴욕이 도시 설계가 매우 잘 된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이유는 바로 차보다 걸어갈 수 있는 블록의 형태가 매우 잘 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도시 설계만큼이나 당근마켓은 니즈 분석이 충분히 되어 있는 어플 같다. 나는 중고나라에서 처음 거래를 시작했었다. 물론 현재도 애용하고 있다. 물건이 팔릴 때마다 작은 희열들이 넘쳐나는데 그 첫 짜릿함을 중고나라에서 얻은 것이다. 중고거래만큼 건전한 중독성이 어디 또 있을까? 하지만 단 하나 귀찮음과 불안함이 있다. 바로 '택배'때문이다. 직접 거래를 하지 않으면서 당연히 택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심리적/육체적/자본적인 소비가 일어난다. 택배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이나 인근 편의점을 가야 하고, 제품이 파손되지 않게 박스를 구해 포장도 해야 한다. 일련의 일들을 한 번 하게 되면 다시 반복할 때 귀찮음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몇 천 원짜리 하나 판매하는데 이런 것들을 다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매우 성가시기도 하다.

또한 택배비다. 물건을 판매하면 택배비는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나는 늘 그 금액이 초과가 되어 500이상은 꼭 자부담을 하였다. 하물며 박스를 구하지 못했을 때에는 우체국에서 구매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공짜로 물건을 나눔 한 격이었다. 

하지만 당신 근처에 있다는 그 당근마켓은 동네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서로 만나서 주고받기 때문에 파손에 대한 걱정은 1도 없다. 별도의 포장이 필요 없어 환경 낭비도 적다. 특히 유리나 가전기기를 판매할 때는 동네에서 끝내려고 중고나라에 올리지도 않는다. 

당신 근처 마켓 ; 이중적으로 무섭기도 한 말이다 

02. 게임같은 재미와 노출에 관한 불안함 

앞서 말한 것 처럼 동네 장사를 하면 평판을 간과할 수가 없다. 내가 큰 손은 아니지만 당근마켓에서도 평판은 존재한다. 바로 매너온도다. 매너온도는 당근마켓 사용자로부터 받은 후기나 칭찬을 온도 지수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거래가 끝나면 판매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그때 거래자의 매너를 평가하게 된다. 내가 평가할 때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돌아올 때는 은근한 희열감도 느끼게 된다. 

판매를 할 때 상대에 대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은 존재하기 때문에 채팅을 하다 낌새가 느껴지면 상대의 온도를 체크하기도 한다. 그런데 좀 아쉬운 점은 얼굴 마주보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큰 사건이 없는 이상 '나쁘다'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 거래를 원한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주소까지 캐묻는 것이었다. 거래 장소를 말하니 지도를 봤던 것인지 혹시 ***아파트에 사냐고 묻는 것이었다. 언짢음이 확 몰려오고 거래 온도를 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거래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줄지어 좋기까지 했다. 그러자 더욱 의심스러워 왜 집주소를 묻냐 물으니 더 이상 답은 없었다. 아무래도 동네 거래이기 때문에 이러한 노출이 더욱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한감도 없지 않았다. 

 

03. 무료나눔으로 상부상조하기 

혼자 살아보면 알겠지만 물건을 버리는 것도 돈이 든다. 덩치가 크다면 가까운 슈퍼에서 스티커까지 사다가 붙여서 버려야 한다. 그런데 당근마켓에서는 무료 나눔 섹션까지 마련되어 있다. 소파나 식탁, 침대까지 내가 사용하지 않지만 남에게는 요긴하게 이용될 수 있는 물건들을 무료로 나눔 하는 것이다. 내가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여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쓰레기를 버리는 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게는 쓰레기여도 남에게는 보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사를 하기 위하여 소파베드를 처리했어야하는데, 사이즈가 있어 5000원 정도가 되었다. 혹시나 하여 나눔으로 올려보았더니 빠르게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막 상경한 청년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독립을 했을 때에도 돈 주고 사기는 아깝지만 필요한 물건들이 있었다. 나는 5000원을 아낄 수 있었고 일자리를 찾아 막 상경한 청년에게는 바닥보다는 푹신한 소파베드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당근마켓은 택배비도 안 드니 일석이조의 거래였다. 

 

물건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유통의 과정에는 돈과 시간 그리고 환경 소비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 물론 새물건을 사는 것은 심리적으로나 청결 문제에서도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중고 물품을 사고 파는 것은 새로운 만족감을 준다. 꼼수 부리지 말고 사기 치지 않는다면 당근 마켓을 통하여 물건 판매해보고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판매 금액 아래에 가격제안 가능이 활성화 될 때 에누리 요청을 할 수 있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와 거래했을 때 무작정 깎아 달라고 하니 난감했던 경험도 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