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취직 수난기_자기소개섬_카카오커머스

2020. 3. 31. 02:00자기소개섬

하필 요즘 왜 벚꽃이 피고 난리일까. 

추우면 몸이라도 웅크릴 명분이 생길 텐데 나뭇가지마다 꽃이 펑펑 팡파르를 불고 난리도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을 할 때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는데 이제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니 괜한 히스테리라며 눈총이다. 예민함도 뒤돌아 서서 흡연자처럼 연기를 감춰야 하는 판국이다. 담배 한 가치 펴본 적은 없지만 흡연자의 설움 어느 정도 느껴지는 바이다. 물론 내 예민함 이외에도 지금의 상황 자체는 가시방석이다. 왜냐하면 30이 넘은 이 나이에 취업 준비로 장장 3개월의 시간을 허탕 쳤기 때문이다. 

성큼성큼 가랑이를 쫙쫙 벌리며 무섭게 다가오는 봄은 복면가왕처럼 초조함이 쓴 가면에 불과하다. 아무리 예쁘게 노래해봐라 내가 지나가는 시간인지 모를 것 같냐? 각설하고 나는 요즘 여기저기 러브레터를 많이 쓰고 있다. 어느 곳에는 행운의 편지같은 걸 쓰고 있지만... 뭐뭐뭐! 아무튼 자기소개서가 섬이 되는 카카오커머스의 마법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날마다 쓰다 지우는 자기소개섬

그들의 거절은 복붙이였겠지만 나름 진솔했던 나의 자기소개서는 정말 섬이 되었다. 그중 하나를 기억하자면 카카오커머스 되시겠다. 물론 이전에도 떨어진 곳은 많았다. 하지만 덩치가 유독 컸던 곳이고 직무도 어쩜 그리 나와 찰떡이었던지. 채용 공고를 보고 첫눈에 반해 설렘까지 느꼈더랬다. 부담스러운 대시보다 능숙한 어필이 필요했겠지만 나는 애정을 공세 해버리고 말았다. 폭격이라도 치환해도 무방하다.

잠시 잠깐 설렜더랬다

30대 취준에게 모닝콜은 메일 도착 소리다. 간담 서늘했던 적 한 두 번이었던가. 주말 빼고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마음을 장조림처럼 졸였다. 보통 2주면 결과가 통보된다고 하던데 얼마나 구석구석 들여다 보는 것인지 15일이 훌쩍 지났다. 더 이상 밥반찬으로도 써먹지 못할 것 같은 바짝 졸아붙은 가슴을 부여잡고 결과 문의에 대한 메일을 보냈다. 이는 매우 낯설고 생소했으며 약간 구질구질하게 느껴진 최초의 경험이었다. 메일함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길 십 수 번 수신 체크는 빨랐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다. 내가 썼던 자기소개섬을 자주 들춰봤고 매번 이불 킥을 시전 하였다. 아직도 무슨 자신감으로 일필휘지 하였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과거의 나인 것이다. 

아무튼 카카오커머스의 다른 직군과는 자소서 문항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원서에 개인 정보 입력하고 본격적으로 쓰고자 맘먹으면 쉽게 볼 수 있겠지만, 아래의 내용을 공유토록 한다. 특이한 점은 200자 내로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궁예컨데 카피라이터의 직무 특성상 짧고 일목요연한 글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한다.  

 

1. 카카오커머스에 지원한 이유와 경력에 대한 설명 

2. 말 한 마디로 누군가를 설득한 경험에 대한 말씀

3. 잊을 수 없는 카피와 이유에 대한 말씀

4.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카피에 대해서 말씀

5. '나'를 20자 내로 표현한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서류가 통과해야지 좀 멋있게 노하우 같은 것들을 끄적일 것인데 아쉽다. 또한 이 작자가 공태공이 아닌 것인가 낚시를 의심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봐줬으면 좋겠다. 15일이 넘는 시간 동안 옴마니 반메 훔을 외쳤고 추잡스럽게 낙방했다. 그날 얼마나 짐승처럼 폭식했는지 아는 사람은 등 돌릴 정도다. 

아! 이건 공유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200자 내로 답변해야 한다면 기업의 미션이나 카카오메이커스의 모니터링, 커머스의 최신 동향 등을 읽어 보고 그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체화시키고 자소서를 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의 낙방에 큰 이유는 돼먹지 않은 사색과 더불어 더러운 문장이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커리어나 학벌, 나이도 인사팀에게는 갸우뚱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곳에는 학벌 나이 안 보겠다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떨어졌으니 난 믿지 않겠다. 내 맘이지.)

건강은 챙기고 보자

오늘 엄마의 생신이었고 나의 잔고는 한 웅큼 떼어졌다. 모래산의 깃발처럼 곧 무너질 나의 재정 상태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 자소서를 써야 하는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인지 마땅한 채용공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카카오커머스 보면 볼수록 완성되지 않은 것 같은 콘텐츠와 플랫폼... 그래서 더욱 일할 맛이 날 것 같은 곳이었는데 아쉽울 따름이다. 이렇게 나의 200*5=1,000자의 자소서는 또다시 섬이 되었다. 오롯 카카오커머스만을 위한 나만의 러브레터였는데 이렇게 질질 끌리다 못해 넝마가 되어 뻥, 차이니 짝사랑은 할 것이 못된다. 길 잃은 나의 카카오커머스 자소섬아 언제 가라앉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설렘의 여운은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구나. 그치만 안뇽. 넌 더럽게 오래걸렸따. 

들으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