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0. 17:06ㆍ자기소개섬
어렸을 적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보면 시작 전에 불법 유통에 관하여 호랑이가 튀어나오고 갓난아기가 대차게 울어재끼는 협박 아닌 협박 영상이 나온다. 지금의 캠페인성 영상과는 무척 괘를 달리하는데 아직도 눈을 감고 그 영상을 떠올리면 뒷목이 섬뜩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무튼 며칠 째 집이나 동네만을 어슬렁 거리다 보니 평화로움을 가장한 사회성이 퇴화가 시작될 쯤이었다. 2군데에서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한 군데는 내가 지원한 곳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람인에 공개해놓은 이력서를 열람한 기업에서의 면접 제안이었다. 입만 살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인생이라 면접에서 훨훨 날았던 과거의 나이지만 덜컥 사람과 마주하기가 호환마마보다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첫번째 면접을 본 곳은 수요일이었다. 집과 불과 30분의 거리였으며, 신도시이기 때문에 업무 환경이 쾌적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검색해보니 건강식품을 제조하는 회사였고 올라온 채용 공고가 블로그나 온라인 홍보를 하는 곳으로 궁예를 할 수 있었다. 10분 전에 도착하였지만 회사의 문은 잠겨 있었고 얼레? 회사 이름도 달랐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사람들은 대략 4명 정도 됐었다. 사무실 안은 정리 되어 보이지 않았고 나는 뒷걸음질 쳐서 도망을 갈까 생각하였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얻기 시작한 것은 내 평판 내가 만든다는 것이다. 전화로 안내받은 것처럼 글을 하나 써보라고 하였다. 본인이 쓴 글 중 제일 최상위에 노출된 다이어트 보조제 블로그 포스팅을 예시로 보여줬다. 얼라리요? 너무나 하기 싫었다. 코로나로 화상 면접이 주를 이루는 이럴 때에 와서 바이럴 원고 테스트라니.
그렇다고 또라이로 남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아무개의 아무 직원 자리에 앉아서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무실에 문제가 생겼는지 옆에 사무실과 옆옆 사무실이 내 뒷자리에 모여 반상회를 시작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다 한 번 더 참고 제일 노출이 많이 된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하여 베끼듯이 써버렸다.
대표인지 뭔지 모를 사람이 와서 앞 문단만 읽어보고는 아 실망인데요. 우선 면접은 끝입니다, 라는 드립을 날렸다. 그 한 마디에 나는 융단 폭격을 다다다다 쏘아붙쳤다. 얘 뭘까? 하는 표정이었지만 대수냐.
바로 집에 와서 사람인에 오픈해 놓았던 이력서를 닫아 두었다.
두 번째 면접을 본 곳은 장장 2시간의 지하철 여행을 해야 하는 곳이다. 교육 회사이지만 전의 경력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경력직으로 연봉 협상도 도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다. 하지만 취약한 부분은 '교육'이었다. 나는 기술적인 교육 이외에는 민간,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불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쉽게 터놓자면 돈 장사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작년 개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에도 모두가 하는 교육 공모 사업에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책임'에 있었다. 교육은 어느 정도 교육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데 여태껏 그런 기관을 만나보지 못했다. 아무튼 그래도 먹고는 사는데 신념이 뭔 소용이던가. 하지만 난 면접에서 새색시처럼 그렇게 수줍음을 떨며 말같지도 안은 말만 씨부렸다. 내가 다시 복기해보아도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던 게 허다했다. 2시간 지하철 여행이 단 20분 면접으로 설렘의 막을 내렸다. 돌아오는 2시간은 지옥의 사색이었다.
이번 주는 생산적이면서도 무척 자괴감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1회의 파이터가 되었고 1회의 쪼다로 2회의 면접을 뛰었다. 아직도 사람을 허투루 생각하는 회사에는 화가 나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면접에서라도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는 것 보니 배가 불렀다 싶다. 더 궁핍하고 가난하고 또한 배고파봐야 정신을 차릴성싶다. 이번 주 내내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반성의 시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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